Anthropic 공동 창업자이자 공익 책임자인 Jack Clark가 국제통화기금(IMF)과 Per Jacobsson Foundation이 연 행사에서 AI 특이점(singularity)이 2026년에 사실상 시작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특이점은 AI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끌어올리는 시점입니다. Clark는 변화가 주류 전망보다 훨씬 급진적일 것이라며, 전력과 데이터센터에 이어 실험실과 규제 절차가 병목이 되기 전에 준비하라고 경제 정책 당국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특이점이 왔다고 보는 근거
데이터센터를 취재하던 기자 출신인 Clark는 2016년 OpenAI에 합류했다가 몇 년 뒤 Anthropic을 함께 세웠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AI가 국제 안보와 경제 성장의 흐름을 바꾸고 스스로를 개선하는 능력까지 갖출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이번 강연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였습니다. Clark는 SF 작가 Vernor Vinge의 1993년 전망을 끌어옵니다. 사람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이 점점 짧은 간격으로 더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고, 그 지점부터는 기존의 예측 모델을 버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Clark는 AI가 국가 안보와 세계 경제, AI 자신의 발전까지 바꾸는 문턱을 이미 넘었고 2026년에 그 증거가 분명해졌다고 주장합니다. 경제 정책 당국도 이제 AI를 다른 거시 충격과 나란히 놓고 경제를 뒤흔들 주요 요인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가속이 사회에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이고, 막대한 부와 함께 심각한 위험도 따른다고 인정했습니다.
첫 신호는 소프트웨어 개발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부분 나라에서 연구 인력은 늘었지만, 새 아이디어를 찾기가 갈수록 어렵고 비싸져 연구 생산성은 떨어졌습니다. Clark는 frontier model(가장 앞선 성능의 최신 AI 모델)이 전문 인력의 지적 노동을 돕고 자동화하면서 이 흐름을 뒤집었다고 봅니다.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난 곳은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개발팀이 몇 달 걸려 만들던 소프트웨어를 이제 엔지니어 한 명이 만들고, Claude Code로 며칠 만에 끝내는 프로젝트도 나옵니다. Anthropic 내부 자료 ’분기별 1인당 코드 기여량’을 보면, 곡선은 Claude 3.5 Sonnet, Claude 4와 Claude Code, Claude Opus 4.5, Claude Mythos Preview로 이어지는 모델 출시에 맞춰 올라 기준치의 9.3배에 이르렀습니다. 회사 초기 4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Clark는 이 능력이 dual-use(같은 기술이 방어와 공격 양쪽에 쓰이는 성질)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튼튼한 코드를 쓰는 시스템은 사이버 방어와 공격 도구를 함께 강화하므로, 범용 능력이 좋아질수록 국제 안보의 위험도 커진다는 설명입니다.
수학, 생물학, 로봇으로 번지는 속도
Clark는 이 속도가 과학 전반과 화학, 생물학, 로봇으로 번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가 꼽은 2026년의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분야 | 2026년의 성과 |
|---|---|
| 수학 | Jacobian 추측과 Navier-Stokes 밀레니엄 문제 관련 난제에 해법 제시, Paul Erdős가 낸 여러 미해결 문제에 새 통찰 |
| 생물학 | AI로 합성 바이러스를 처음부터 설계, 새로 찾은 신약 후보가 임상시험 진행 중 |
| 로봇 | AI가 배터리와 연료전지 소재 실험을 스스로 수행하는 실험실 자동화 |
이런 성과는 분야마다 따로 만든 전용 모델이 아니라 같은 범용 모델에서 나왔습니다. Clark는 Claude, ChatGPT, Gemini 같은 모델이 여러 과학 분야에서 동시에 최전선 수준의 기여를 하는 ’가상의 박식가’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거의 수직으로 오른 benchmark
Clark가 내놓은 또 다른 근거는 최고 수준의 학술 benchmark(AI 성능을 재는 표준 시험) 점수입니다.
| benchmark | 다루는 문제 | 출시 당시 최고 점수 | 2026년 10월 |
|---|---|---|---|
| Humanity’s Last Exam | 화학, 컴퓨터 과학, 수학, 고전 문학, 생태학 등 여러 분야 | 8%(2025년 1월) | 67.7%(도구를 쓴 Claude Opus 5.5) |
| FrontierMath | 전문 수학자들이 고른 고난도 수학 문제 수백 개 | 2% 미만(2024년 11월) | 94% |
FrontierMath 점수는 GPT-4 Turbo에서 GPT-5, GPT-5.5 Pro, GPT-6 Astra로 모델이 바뀔 때마다 뛰었습니다. 문헌·클로닝·실험 절차 과제를 다루는 LAB-Bench, 소재 발견 속도를 보는 Matbench Discovery, USMLE 형식의 의학 시험 MedQA, 생물학 논문의 그림을 읽는 LAB-Bench FigQA, 생물정보학 분석을 맡은 AI agent(스스로 도구를 써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처리하는 AI) 평가, 단백질 변이 예측 평가도 지난 1~2년 사이 같은 곡선을 그렸습니다. MedQA에서는 사람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정답지의 오류를 찾아낸 AI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최근 arXiv에 올라온 TheoPhysEval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시험 문제가 학습 데이터에 섞이지 않도록 전 세계 물리학자들에게서 발표되지 않은 이론물리 문제 50개와 정답을 모았습니다. 공동 저자인 인도의 한 물리학자는 AI의 도움 없이 이 문제의 상당 부분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첫 채점에서 GPT-6 Astra는 80%대 후반을 기록했고 Claude Opus 5.5가 바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GPT-6 Astra는 틀렸다고 채점된 문제에서 자기 풀이가 맞고 정답지가 틀렸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문제를 낸 물리학자들과 다시 따져 보니 전문가들의 계산 깊숙한 곳에서 미묘한 오류가 나왔고, 정답지를 바로잡자 GPT-6 Astra의 점수는 98%, 50문제 가운데 49문제로 올라갔습니다. Clark는 이를 제자가 스승을 넘어서는 순간에 빗댔습니다.
Clark가 과학 문제 풀이를 중시하는 까닭은 그것이 창의성의 시험대이기 때문입니다. 발표되지 않은 문제는 외운 답으로 풀 수 없고, 여기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그 능력이 AI 연구 개발을 포함한 다른 분야로 일반화될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AI가 AI 연구를 스스로 앞당기면 그 효과가 뒤따르는 기술 혁신 전체로 불어날 수 있다고 그는 봅니다.
사람이 묶어 두던 성장, 복제되는 가상 과학자
경제 성장은 연구가 새 아이디어를 낳아야 이뤄지고, 그 성장을 묶어 온 제약은 인적 자본, 곧 훈련된 연구자의 수였습니다. Clark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져 같은 생산성 증가에도 훨씬 많은 연구 노력이 든다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쌓는 데 40년쯤 걸렸다며, 훈련된 연구자의 디지털 사본을 즉시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전문가 한 세대를 길러 내려면 10~15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디지털 agent는 컴퓨팅 자원이 허락하는 한 바로 복제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거의 즉시 엮어 냅니다. 머지않아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은 한 사람이 AI 사본이나 전문 agent 수백, 수천 개를 감독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Clark는 내다봅니다.

▲ 가상 과학자를 감독하는 연구자
2030년 미국 GDP $44조라는 추정
Anthropic의 경제학자 팀은 AI가 경제 전반에 퍼지는 여러 경로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AI 모델이 폭넓은 작업을 스스로 해낸다고 가정한 특이점형 성장 모델에서는 2030년 미국 GDP가 $44조에 이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Clark도 기존 경제학으로는 터무니없게 들린다고 인정하면서, AI의 확장과 확산이 지금 속도로 이어지면 논리적으로 따라 나오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성장에는 자율적인 과학 탐구가 만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강한 가정을 둔 결과이므로 확정된 예측보다는 변화의 규모를 가늠하는 시나리오로 읽는 편이 알맞아 보입니다.
전력에서 실험실로 옮겨 가는 병목
Clark의 주문은 성공을 전제로 과감하게 계획하되 어려운 선택에도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AI가 전문 과학자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윤리와 안전의 경계 없이 모든 분야에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각국 정부에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넓히고 AI 하드웨어 공급망을 확보하라고 조언했지만, 제때 움직인 곳은 많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용량은 미국, 중국, 중동 일부 지역에 몰렸고, 컴퓨팅 자원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며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다만 지금의 확충은 첫 단계일 뿐이어서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그는 봅니다.
다음 단계의 AI는 직접 실험하고 로봇을 다루며 물리 세계로 나아갑니다. 이번에는 과학 장비와 자동화 실험실이 모자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UNESCO 추산으로 전 세계 과학자는 약 1,000만 명이고 지금도 연구를 감독할 인력이 부족한데, 가상 과학자 10억 명, 많게는 100억 명이 더해지면 생각하는 능력이 실험 처리량을 훨씬 앞지르게 됩니다.
| 단계 | 병목 | Clark가 꼽은 대응 |
|---|---|---|
| 지금까지 | 전력, 데이터센터, AI 하드웨어 공급망 |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확충, 공급망 참여 |
| 다음 | 과학 장비, 자동화 실험실, 연구를 감독할 인력 | 실험실, 로봇, 소재 분석 역량에 지금 투자 |
| 그다음 | 임상시험, 규제 승인, 산업과 농업 현장 적용 | 실험실 검증에서 실제 활용까지 가는 절차 단축 |
Clark는 신약 후보를 수천 개 찾아도 임상시험과 규제 절차가 막혀 있으면 소용없다고 지적합니다. 미리 준비한 사회는 AI의 지능을 더 긴 수명, 풍부한 에너지, 더 많은 식량과 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 기관이 탄탄한 선진국은 연구 인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원자재와 공급망을 맡아 온 개발도상국은 사람 과학자와 디지털 과학자를 짝짓고 시험 시설을 지어 단번에 도약할 수 있다고 그는 봅니다.

▲ 실험 시설이라는 다음 병목
사회가 정해야 할 세 가지
Clark는 생물학 무기와 사이버 무기 같은 dual-use 위험 때문에 AI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 어디에 쓸 것인가. 능력 있는 모델이라고 해서 사람 없이 실험을 맡겨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물학 연구처럼 위험이 큰 분야는 엄격한 사람의 감독과 투명성이 필요하고, Anthropic 같은 AI 연구소도 내부 연구 속도와 통제를 잃지 않기 위한 안전 감독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Clark는 도쿄의 한 대학 물리학과 학생에게서 일상적인 실험의 상당수를 AI가 이미 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분야마다 사람이 이끌 실험과 AI에 맡길 실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사람이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가. 수학에서 AI는 사람이 한참 공을 들여야 해독할 수 있는 발상을 내놓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AI의 작업 방식에 맞춘 과학 장비까지 설계할 것으로 Clark는 봅니다. 그런 결과를 쓰기 전에 사람의 이해가 꼭 필요한지는 그도 확실한 답이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할 것. Clark는 10대 시절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자원 고갈로 21세기 문명이 무너질까 두려워했지만, 태양광 패널의 가격 하락과 보급, 생명과학이 내놓은 치료법이 그 전망을 바꿨다고 돌아봤습니다. AI로 동물의 의사소통을 해독하고 재사용 로켓이 일상적으로 착륙하는 지금의 변화도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는 것입니다.
Clark는 AI가 문명의 난제를 풀 잠재력을 지녔기에 이 분야에서 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위험이 기술의 핵심에 엮여 있는 만큼 엄격한 규칙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필요할 때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절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별에 닿는 종은 우리와 닮았지만 더 멀리 내다보고 더 신중할 것이라는 Carl Sagan의 ‘Pale Blue Dot’ 속 구절로 말을 맺었습니다.
정리: 숫자보다 준비 목록을 볼 때
Clark의 메시지는 AI가 과학 발전을 앞당기는 국면이 이미 시작됐고, 그 이익을 실제 성과로 바꾸려면 물리적 기반과 제도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4조는 가정을 둔 모델의 결과이지만, 1인당 코드 기여량과 benchmark 곡선은 이미 나타난 변화로 제시됐습니다. 그의 주문을 할 일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정책 기관은 AI 능력의 빠른 향상을 거시경제 전망에 반영합니다.
- 기업은 개발 조직을 coding agent를 다루는 엔지니어 중심으로 다시 짜고, 한 사람이 많은 AI 작업을 감독하는 방식을 준비합니다.
- 보안 조직은 자동화된 공격에 맞서 AI로 자동화한 방어 도구를 적극적으로 들입니다.
- 정부는 전력과 데이터센터에 더해 실험실과 소재 분석 시설에 투자하고, 연구 성과가 임상과 산업에 닿는 승인 절차를 줄입니다.
- 연구 기관은 사람과 AI agent가 맡을 실험의 기준을 세우고, 생물학처럼 민감한 분야에는 엄격한 사람의 감독을 유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