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산 운용사 Apollo 안에서 구조화 신용과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여러 기업 대출을 묶어 만든 증권)를 전담하는 운용사가 핵심 업무 두 가지에 AI agent(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AI)를 들였습니다. 운용역이 Excel로 2~3일 걸려 만들던 포트폴리오 모델은 몇 분 만에 80~90% 완성된 초안으로 나오고, 직원 2~3명이 매주 몇 시간씩 하던 거래 대조는 약 1분 만에 나오는 보고서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속도보다 검증입니다. 같은 숫자가 회사 안팎 20곳에 따로 기록되고 그중 하나만 맞을 수 있는 환경에서, 어느 값을 믿을지부터 정했기 때문에 자동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표준 데이터가 없는 사모 신용 시장
이 운용사가 맡은 자산은 약 $500억입니다. 펀드 수십 개와,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빌려주는 기업 대출 시장의 대출 묶음 수천 개를 관리하며, 날마다 수천 건의 데이터가 새로 들어옵니다.
주식이나 공개 시장의 채권은 거래소가 표준화된 데이터를 내보냅니다. 사모 신용(private credit)과 구조화 대출은 다릅니다. 거래마다 따로 협상한 계약서와 맞춤형 약정, 거래 기록, 은행 거래 내역서 속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CLO 운용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져, 위험을 따지고 거래를 안전하게 하려면 실시간으로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 운용사는 금융사를 위한 AI agent 플랫폼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과 손잡았습니다. 이 스타트업의 agent는 데이터 정리와 가공, 문서에서 필요한 값 뽑기, 여러 시스템 사이의 수치 대조를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두 회사가 노린 것은 복잡한 대출 계약서에서 핵심 계산값을 뽑아내, 회사 전체가 기준으로 삼을 단 하나의 데이터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초안은 AI가, 마지막 10%는 운용역이
CLO 포트폴리오 구성은 규칙이 매우 엄격한 일입니다. 법률 계약서와 미리 정한 현금 흐름 배분 순서를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운용역이 수백 쪽짜리 법률 문서를 검토하면서, 개별 신용 종목 200~400개를 담은 복잡한 Excel 모델을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2~3일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agent가 실시간 신용 데이터를 모아 몇 분 안에 첫 포트폴리오 모델을 만듭니다. 완성도는 80~90% 수준입니다. 남은 10%는 운용역이 정성적인 판단과 전문성으로 다듬습니다. 초안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면서 모델을 고치고 다시 검토하는 주기도 크게 짧아졌습니다.
매주 하던 거래 대조를 1분 보고서로
두 번째 사례는 warehouse 단계의 매입 거래입니다. 운용사는 대출을 CLO로 묶어 증권으로 발행하기 전에, warehouse라고 부르는 은행 신용 한도로 대출을 미리 사 모읍니다. 이렇게 사들인 거래가 제대로 결제됐는지 매주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직원 2~3명이 몇 시간씩 은행 계정에 로그인해 거래 결제 내역을 은행 거래 내역서와 하나하나 맞춰 보고, 경영진에게 보낼 요약 이메일을 썼습니다. 지금은 agent가 은행 기록을 받아 약 1분 만에 구조화된 시각 보고서를 만듭니다. 직원의 일은 결과물의 품질을 날마다 점검하고 예외를 확인하는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 업무 | 이전 방식 | AI agent 도입 뒤 | 사람이 맡는 일 |
|---|---|---|---|
| CLO 포트폴리오 구성 | 운용역이 법률 문서를 검토하며 Excel 모델 작성, 2~3일 | 몇 분 만에 80~90% 완성된 초안 | 남은 10% 판단과 마무리 |
| warehouse 매입 거래 대조 | 직원 2~3명이 매주 몇 시간씩 은행 내역 대조와 요약 이메일 작성 | 약 1분 만에 시각 보고서 생성 | 날마다 품질 점검과 예외 확인 |
두 사례 모두 AI가 일을 통째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던 일의 대부분을 초안과 보고서로 먼저 만들어 두고 사람의 역할을 판단과 점검으로 바꾼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 AI 초안과 사람의 마무리
범용 LLM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계약서를 ChatGPT나 Claude 같은 범용 LLM(대규모 언어 모델)에 바로 넣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 운용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터넷 데이터로 학습한 범용 모델이 넓은 범위의 조사나 개념 탐색에는 쓸모 있지만, 회사 고유의 신용 업무 계산은 맡을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범용 모델은 회사 내부 장부와 거래마다 다른 맞춤형 계약서, 검증을 거친 내부 잔액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매와 포트폴리오 관리 결정은 검증된 고유 계산값에 기대므로 정확도에서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다는 점도 큰 걸림돌입니다. 사모 신용에서는 숫자 하나가 회사 안팎의 20개 출처에 따로 기록돼 있을 수 있고, 그중 진짜 기준이 되는 값은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어느 출처를 기준으로 삼을지 정하는 체계적인 규칙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협력한 스타트업은 주문 관리 시스템, 성과 계산 엔진, Bloomberg 같은 외부 시장 가격 제공 업체의 데이터를 서로 맞춰 하나의 자동화 플랫폼으로 묶었습니다.
정확도가 이렇게 중요한 까닭은 틀린 숫자가 조직 안에서 연쇄적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Apollo는 전 세계 기관 투자자 400곳 이상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데이터를 오류 없이 관리하는 일이 위험 관리와 자본 보호에 꼭 필요합니다. COO가 앞으로 몇 달, 몇 분기 동안 우선 과제로 꼽는 것도 사람이 몇 시간씩 대조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투자자 보고입니다. 수치가 투자자에게 나가기 전에 불일치나 hallucination(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현상)이 하나도 없음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데이터 처리 흐름을 믿을 수 있으면 투자위원회는 기초 수치를 의심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현장 옆자리에서 쌓인다
그렇다면 기준 데이터와 규칙은 누가 정할까요. 협력한 스타트업은 엔지니어를 매매·운영 현장에 직접 보내 운용역, 재무 담당자, 위험 관리 팀과 함께 일하게 했습니다. COO는 협업이 성공한 이유로 스타트업의 CEO와 엔지니어들이 날마다 Apollo 직원 옆에 앉아 일한 점을 꼽습니다.
그가 AI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현장에 직접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금융 업무 흐름은 밖에서 온 엔지니어에게 이상하거나 불필요하게 겹치는 절차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절차는 대개 법률, 규제, 거래 구조상의 미묘한 이유로 존재합니다. 겉보기에 비효율적인 절차를 서둘러 없애기보다, 실무자가 매일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 현장에 붙어 앉은 엔지니어
금융의 AI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
소프트웨어 개발, 법률, 고객 응대는 AI로 크게 바뀌었지만, COO는 금융과 투자은행이 아직 AI 도입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진단합니다. 대형 금융사에는 절차상 마찰이 크고 구조가 복잡한 지원·관리 조직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고, 숫자 하나가 틀렸을 때 치르는 대가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 금융권에서 흔한 AI 활용은 재무 모델 초안 작성, 배경 조사 정리, 기업 개요 작성 같은 앞단 작업입니다. COO는 이런 요약·취합 작업이 AI의 장기 잠재력에 비하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봅니다. 더 큰 변화는 업무 흐름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바꾸는 데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저연차 직원이 맡던 반복 지원 업무가 줄고, 사람의 역할이 감독과 창의적인 거래 설계 쪽으로 옮겨 갈 것으로 내다봅니다.
Apollo는 이런 방향을 일찍 잡은 편입니다. AI 코딩 도구 Cursor가 코드 자동 완성 정도만 하던 무렵부터, 따로 노는 개별 도구를 사 모으는 대신 회사 전체를 AI 중심 플랫폼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 변화를 깎아내리거나 거부하지 않고 먼저 받아들인다는 경영진의 태도, 직원이 계속 역량을 키우도록 장려하는 수평적이고 열린 문화가 바탕입니다. 앞으로는 직원 스스로 기존 업무가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묻고 자동화할 방법을 찾는, 기술이 몸에 밴 투자 조직을 만드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AI가 결국 Excel처럼 누구나 쓰는 기본 도구가 될지, 오래가는 경쟁 우위가 될지에 대해서도 COO는 분명한 입장입니다. 자기 업무에 맞게 AI를 잘 통합한 조직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얻을 것이고, 그 차이는 가격과 유동성 정보가 이미 자동화된 공개 시장보다 아직 불투명하고 복잡한 사모 시장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정확성이 중요한 업무에 AI agent를 들일 때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AI agent에게는 빠른 초안을 맡기고 어느 숫자가 맞는지 정하는 일과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쥐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금융이 아니어도 숫자 하나의 실수가 큰 업무라면 다음 기준을 점검해 볼 만합니다.
- 반복 작업부터 맡기기: 문서에서 값 뽑기, 첫 모델 작성, 보고서 초안처럼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과 지원·관리 업무를 먼저 자동화 대상으로 고릅니다.
- 기준 출처 정하기: 같은 수치가 여러 곳에 있다면 어느 출처를 기준으로 삼을지, 계산 방식은 무엇인지 실무자와 함께 먼저 정합니다.
- 범용 모델에 검증 없이 맡기지 않기: 범용 LLM은 조사와 개념 정리에 쓰고, 회사 고유의 계산과 밖으로 내보낼 수치는 hallucination과 불일치를 걸러 내는 검증 단계를 거치게 합니다.
- 마지막 판단은 사람에게: AI가 초안의 80~90%를 만들더라도 최종 10~20%의 판단과 승인은 사람이 맡습니다.
- 역할을 점검 중심으로 바꾸기: 직원의 일을 입력과 보고서 작성에서 날마다 하는 품질 점검과 예외 관리로 옮깁니다.
- 현장 옆에서 만들기: AI 도구를 만드는 사람은 실무자 옆에서 일하며 이상해 보이는 절차가 왜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개별 도구를 하나 더 들이기보다 기준 데이터와 검증 흐름을 갖춘 플랫폼을 쌓는 쪽이 오래가는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이 사례의 메시지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