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문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직원 수만큼 앱 좌석을 사서 쓰던 시대에서, AI agent가 사내 대화 채널에 들어와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Salesforce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Marc Benioff는 생성형 AI가 구독형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를 끝장낸다는 이른바 SaaS 종말론을 실물과 동떨어진 공포로 봅니다. 동시에 그는 Slack을 AI agent가 일하는 운영체제로 키우는 쪽에 걸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숫자와 구조를 따라가며 AI 스타트업이 어디에 붙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아직 초입이라는 진단
Benioff는 업계가 모든 산업을 바꿀 전환의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유럽을 두 달간 돌면서 자율주행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000대가 넘는 웨이모가 운행되고 있었다는 비교가 그 근거입니다. 같은 시점에도 지역과 기업, 국가마다 AI 성숙도가 놓인 위치가 크게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가 골드러시와 1960년대 반문화, 리바이스와 Salesforce 같은 기업의 탄생을 거치며 혁신을 반복해 왔고 OpenAI와 Anthropic 같은 조직도 그 환경에서 자랐다고 설명합니다.
실적 지표가 말하는 SaaS의 현재
Benioff는 SaaS가 사라진다는 전망을 근거가 약한 시장 심리로 봅니다.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실적입니다. 최근 분기에 기록적인 영업 성과를 냈고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이 개선됐으며, 고객 이탈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기업 고객과의 계약 기간은 오히려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AI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한다는 이야기와 달리 현장에서는 계약이 더 길고 안정적으로 맺어진다는 주장입니다.
시장 가격이 실물과 벌어졌을 때의 대응도 밝혔습니다. 주가가 주당 $150 부근으로 밀린 시기에 자사주를 $250억어치 사들였고 이후 주가는 $250 위로 회복됐다고 합니다. 그는 온라인 피드가 재무 정보의 왜곡을 증폭시켜 주가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며, 경영자와 분석가는 소셜미디어의 추측이 아니라 고객과의 대화와 운영 지표에 근거하라고 조언합니다. 실적 수치는 회사가 공개한 값이지만, 종말론을 일축하는 그의 판단에는 자기 회사를 옹호하는 위치가 깔려 있다는 점은 감안할 부분입니다.
Slack이 agent의 사무실이 되는 이유
Slack에 베팅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Slack을 $250억에 인수할 당시 내부 목표는 처음부터 Slack을 기업용 agent의 대화 허브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인수 시점 Slack의 연매출은 약 $9억였고, Salesforce는 매출의 25배 수준 가격을 지불했습니다. 그 구상이 실제 고객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Meta, Nike, General Motors 같은 대기업이 기존 협업 도구에서 Slack으로 핵심 업무를 옮기고 있으며, OpenAI와 Anthropic 같은 최전선 AI 기업도 내부 개발 인프라를 Slack 위에서 돌린다고 합니다. Salesforce는 Slack 안에서 개발자가 채널에서 바로 코드를 다루는 기능, Slack에서 고객 관계를 직접 관리하는 기능, 자율 agent를 실행하면서도 데이터를 남기지 않는 제로 데이터 리텐션 구성을 내놓았습니다. Claude를 연동한 Slack봇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가 보는 기업 AI의 구성 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탄탄한 기반 데이터,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분석, agent의 추론 계층, 그리고 동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입니다. 네 가지가 맞물려야 기업 AI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설명입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율입니다. Slack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인간 사용자 대비 AI agent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머지않아 소프트웨어 agent가 사람 직원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메신저가 협업 도구를 넘어 agent의 사무실이 된다는 그림입니다.

▲ 대화 채널을 오가는 agent
AI를 파는 방식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Benioff는 과금 모델을 여러 축으로 나눕니다. 연매출 $500억 이상을 예상하는 규모에서는 단일 과금 모델로 버틸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고객은 유연성을 요구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여러 축을 조합한 맞춤 계약을 맺게 된다고 합니다.
| 과금 축 | 무엇을 기준으로 받는가 |
|---|---|
| 사람 좌석 | 이름이 지정된 인간 사용자 수 |
| 디지털 agent 좌석 | 이름이 지정된 AI agent 수 |
| 사용량 | 소프트웨어 사용량 자체 |
| 소비 | token과 스토리지 등 자원 소비량 |
| 거래 결과 | 완료된 거래나 업무 성과 |
| 사업 가치 | 창출된 비즈니스 가치의 일정 비율 |
여기서 스타트업이 읽을 신호가 있습니다. 좌석당 과금만 설계하면 agent가 사람을 대신할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에 갇힐 수 있습니다. 소비와 결과, 가치 축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Salesforce가 고객 응대 agent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도, 중간 시장과 대기업이 별도 구현 없이 자율 고객 응대 agent를 빠르게 도입하는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헤드리스 구조와 갇힌 데이터
agent가 일하려면 데이터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Salesforce는 오래전부터 화면 없이도 다른 접점에서 쓰이는 헤드리스 구조로 움직여 왔고, SOAP와 REST, XML 같은 방식부터 최근의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AI 모델이 외부 도구와 데이터에 접근하는 표준 규약)까지 지원합니다.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화면 정의, 레이아웃, 보안 공유 규칙, 필드 스키마 같은 메타데이터로 분해되어 어느 접점에서든 다시 그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Data Cloud는 갇힌 데이터 문제를 푸는 장치입니다. 추론 모델이 깊은 운영 기록에 안전하게 접근하도록 돕습니다. 내부적으로는 Claude를 붙인 환경을 배포해 사업부 책임자들이 일상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내 데이터가 특정 앱에 갇혀 있으면 어떤 agent도 제대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구조의 전제입니다.
OpenAI 독점 이후에 만들어진 투자 지형
투자 전략도 분산되어 있습니다. Microsoft가 OpenAI와 독점 제휴를 맺은 뒤 Salesforce는 OpenAI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됐고, 그 제약이 오히려 여러 모델 연구소에 나눠 투자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Anthropic과 프랑스의 Mistral, 일본의 Sakana AI, 캐나다의 Cohere가 그 대상입니다.
Hugging Face에는 보안과 모델 노출 우려가 제기된 시점에 최고경영자가 먼저 접촉해 왔고, 오픈소스 허브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합니다. 직원 200여 명 규모의 오픈소스 팀이 모델을 둘러싼 위협을 견디려면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Salesforce는 지금까지 100개 넘는 기업을 인수했고 700개 이상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 투자했습니다. 특정 모델 제공자에 묶이지 않는 다중 모델 전략이 위험을 나누는 수단이 된다는 시사점이 나옵니다.
처음부터 새겨야 하는 책임
Benioff는 사회적 책임을 나중에 붙이지 말고 창업 초기부터 회사의 DNA에 넣으라고 말합니다. Salesforce는 지분 1%, 제품 1%, 임직원 시간 1%를 비영리 목적에 기부하는 1-1-1 모델을 운영합니다. 누적 봉사 시간 1,100만 시간, $10억가 넘는 그랜트, 6만5천 개 비영리 단체와 NGO에 대한 소프트웨어 무상 제공이 그 결과라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의 모든 공립 중학교 교장에게 매년 $10만를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기업 기부 운동인 플레지 1%에는 2만 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십여 년간 규제 없이 성장하며 남긴 사회적 피해를 근거로 듭니다. AI 기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훨씬 큰 규제 위기가 온다고 경고합니다. 윤리를 나중에 갖추는 비용이 처음부터 갖추는 비용보다 크다는 주장입니다.
다음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다
그가 꼽는 다음 변화는 화면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데스크톱이 지난 20년간 고정해 온 아이콘 격자 중심의 정적 화면이 빠르게 구식이 된다는 전망입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읽어 데이터와 인터페이스 요소를 그때그때 다시 그리는 대화형, 적응형 화면이 기업 소프트웨어의 기본형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말하기 전에 필요한 일을 예측해 즉석에서 맞춤 작업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같은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Benioff가 소유한 TIME은 하루에 기사를 읽고 해석하는 AI agent 수가 인간 독자 수를 넘어섰고, 검색엔진과 언어모델이 실시간으로 검증된 사실을 요청하기 때문에 기사 구조와 광고 형식을 agent가 읽기 쉬운 쪽으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는 agent가 매개하는 웹에서도 검증된 agent 노출과 인용을 기준으로 플랫폼에 과금하면 광고가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매체를 추가로 인수할 뜻은 없고 TIME이 자신의 유일한 언론 사업이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 의도에 따라 재구성되는 화면
지금 점검해야 할 것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중심은 앱 구독에서 agent가 일하는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 표면은 대화형 인터페이스, 토대는 구조화된 데이터입니다. Slack은 그 표면 후보 가운데 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Salesforce는 여러 모델 연구소에 나눠 투자하며 특정 모델 의존을 줄였습니다. 과금은 좌석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AI 스타트업이라면 다음을 점검할 만합니다.
- 모델: 한 제공자에 묶여 있지 않은가. 모델이 바뀌어도 제품이 유지되는가.
- 데이터: 고객 데이터가 agent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풀려 있는가. 제로 데이터 리텐션 같은 조건을 맞출 수 있는가.
- 표면: 사용자가 이미 매일 여는 대화 도구 위에 얹을 수 있는가, 아니면 새 화면을 강요하는가.
- 과금: 좌석 외에 소비, 결과, 사업 가치 축을 설계했는가.
- 판단 근거: 소셜미디어 담론이 아니라 고객 인터뷰와 운영 지표로 움직이는가.
이 글에 담긴 수치는 해당 기업이 밝힌 사례이며,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투자를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Benioff의 전망은 자사 플랫폼을 중심에 둔 관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자신의 제품이 어느 표면과 데이터에 붙을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