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개발자용 Codex의 기능을 일반 사용자가 쓰기 쉬운 대화형 agent(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처리하는 AI) Dots로 다시 포장했고, Meta의 Muse와 스타트업 Instinct도 비슷한 대화형 비서로 사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품들의 핵심 기능이 거의 같아 보이고, 사용자가 다른 agent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도 0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출시 속도 말고 무엇이 오래가는 경쟁력, 곧 해자(경쟁자가 쉽게 넘보지 못하게 하는 장벽)가 될 수 있을까요. 독점 제휴와 수직 통합, agent끼리의 연결과 분야 전문성, 물리적 기반과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를 차례로 짚어 봅니다.
닮아 가는 개인 agent, 차이는 포장과 화면
개발자들은 Codex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돌리는 강력한 기능을 반겼지만, 일반 사용자는 하나의 대화로 일을 맡기는 비서형 화면을 더 편하게 여깁니다. OpenAI가 Codex의 기능을 Dots라는 이름으로 다시 포장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Muse와 Instinct 역시 개발 도구 같은 화면이 아니라 대화 상대 같은 비서로 다가가 초기 사용자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주요 agent의 핵심 기능은 거의 같고, 차이는 포장과 화면 구성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장이 가볍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ChatGPT 사용자는 약 10억 명으로 추정되지만, 한 번 써 보고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도 약 15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은 사람이 꾸준히 쓰게 만드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제 쓸모는 코딩 benchmark(모델 성능을 비교하는 시험)보다 생활 속 과제로 따져 보는 편이 정확해 보입니다. 학교 행정 사이트에 로그인해 세 자녀의 방과 후 일정을 바꾸고 Google Calendar에 맞춰 넣은 뒤, 테니스장 2번 코트까지 사람의 도움 없이 예약하는 과제가 한 예입니다. Muse는 이 과제를 90% 정도 해냈습니다.
갈아타기 비용이 거의 없는 시장
코드를 만들고 여러 서비스의 API(프로그램끼리 기능을 주고받는 연결 규약)를 잇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API를 연결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가 떠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없습니다.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GitHub 저장소에 따로 두고 그때그때 가장 싸거나 좋은 모델에 연결해 쓰는 사용자라면, 매일 쓰던 Claude가 멈춰도 곧바로 다른 모델로 옮길 수 있습니다.
모델 단계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한 AI 게이트웨이(여러 모델로 요청을 나눠 보내는 서비스)의 2024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집계에서는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공개 가중치(open-weights) 모델이 token(모델이 처리하는 글의 단위) 사용량의 55.8%를 차지해 비공개 모델의 44.2%를 앞섰습니다. 값싼 공개 모델로도 일반적인 업무가 충분해지면서, 비공개 모델의 가격 결정력은 약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의 주의도 한정돼 있습니다. 여러 agent를 쓰더라도 사람이 직접 상대하며 관리할 수 있는 agent는 셋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 아래에서 일하는 하위 agent에게 맡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개인 agent들은 사용자가 직접 부르는 몇 개 안 되는 자리를 놓고 다투는 셈입니다.

▲ 갈아타기 쉬운 개인 agent
해자 후보 1, 독점 제휴와 수직 통합
기술로 사용자를 묶어 두기 어렵다면 남는 수단은 사업 제휴입니다. Walmart나 Amazon 같은 대형 유통 기업과 독점 제휴를 맺는 것이 개인 agent를 묶어 두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런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업 개발 인력의 몸값도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독점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Microsoft와 OpenAI의 초기 독점 제휴에서 나온 이점도 6~12개월 만에 줄어들었습니다.
수직 통합도 후보입니다. 기기와 운영체제를 가진 Apple 같은 기업은 하루 종일 사용자의 맥락을 모으면서 그 정보를 외부 agent와 나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Apple과 Google은 아직 대화형 agent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Siri가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는 간단한 요청에 거듭 실패한 사례처럼, 플랫폼을 가졌다고 해서 바로 앞서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해자 후보 2, agent끼리의 연결과 분야 전문성
Instinct는 사용자의 agent가 다른 사람의 agent와 직접 일정을 조율하게 했습니다. 두 사람의 agent가 저녁 약속을 정하는 동안,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직접 문자를 주고받지 않아도 됐습니다. 먼저 다른 agent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자리 잡게 한 agent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일정 조율을 모두 agent에게 맡기면 사람 사이의 따뜻함과 맥락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면에서 전화, 문자로 옮겨 올 때처럼 사회의 기준이 결국 적응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을 하는 agent 하나가 시장을 차지하기보다, 분야마다 다른 agent를 함께 쓰는 환경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행에 강한 Instinct는 거래액 $10억을 처리했고,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여행 예약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여행 시장 전체로 보면 $10억은 아직 큰 규모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 강자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DoorDash는 문자로 주문할 수 있는 자체 AI agent를 내놓았습니다. 순수 소프트웨어 앱은 agent에 밀려나기 쉽지만, DoorDash처럼 실제 상품과 배달을 조율하는 장터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자 후보 3, 물리적 기반과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
AI 소프트웨어는 새 구조나 방법이 나와도 개발자 생태계가 24~48시간 안에 따라 만들어 공개할 만큼 빠르게 복제됩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소프트웨어만으로 오래 이익을 지키기는 어렵고, 가치는 다음 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 해자 후보 | 내용 |
|---|---|
| 물리적 기반 | 연산 자원, 에너지, 백신 생산 같은 현실 세계의 생산 시설 |
|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 | 트레이딩 회사 Jane Street의 내부 거래 데이터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는 데이터 |
| 비공개 운영 | 기업이 연구 논문 발표를 멈추고 알고리즘을 비밀로 지키는 방식 |
세 번째 흐름이 짙어지면 기업들이 담을 쌓고 내부를 알 수 없는 API 뒤로 숨는 폐쇄적인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개방적인 개발자 문화가 강해 그렇게까지 닫히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물리적 기반과 데이터라는 해자
창업자와 사용자가 볼 것
개인 agent 시장에서 화면과 기능의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오래가는 경쟁력은 제휴, 실제 거래, 데이터처럼 복제하기 어려운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창업자는 포장과 화면의 차이가 금방 따라잡힌다고 보고, 독점 제휴나 실제 거래 처리 같은 기반을 함께 설계합니다.
- 독점 제휴는 6~12개월이면 이점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그 사이 사용자의 습관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 여행이나 배달처럼 한 분야의 실제 거래를 깊이 다루는 agent는 분야별 강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사용자는 학교 사이트 로그인과 일정 동기화처럼 여러 단계에 로그인이 필요한 실제 과제로 agent를 시험해 고릅니다.
- 메모와 개인 데이터는 GitHub 같은 외부 저장소에 따로 보관해 언제든 다른 모델로 옮길 수 있게 합니다.
- 직접 상대하는 agent는 셋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일은 하위 agent에게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