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공동 창업자 Chad Hurley가 세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EyeTell이 여러 생성형 AI 영상·애니메이션 도구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묶어, 큰 예산이나 전문 기술 없이도 혼자 영상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회사의 한 각본가는 배우, 촬영지, 세트, 말 한 마리 없이 영국 리젠시 시대극 한 편을 일주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반면 저작권, 창작자 보상, 일자리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고, 2026년 Artsy 조사에서 AI를 적극 받아들인다고 답한 예술가는 14%에 그쳤습니다.

YouTube가 배포를 열었다면, 이번에는 제작

Hurley가 EyeTell을 구상한 것은 YouTube를 떠난 뒤였습니다. YouTube는 이미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배포 수단을 줬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야기 아이디어는 있어도 기술이나 돈이 없어 작품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점을 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EyeTell이 겨냥하는 것은 배포가 아니라 제작입니다. Hurley는 AI 영상 도구가 YouTube가 배포를 대중화했듯 제작을 대중화하고, 이야기 만들기가 전에 없던 규모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아직은 창업자의 전망이지만, 회사 구성은 이 방향에 맞춰져 있습니다. 개발팀에는 경험 많은 기술자와 함께 전문 애니메이터, 영화 쪽 이야기꾼이 섞여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나온 시대극 ‘Ashcombe House’

EyeTell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Ashcombe House’입니다. 마차 장면, 공들인 의상, 응접실, 말이 등장하는 영국 리젠시풍 시대극으로, 대형 스튜디오라면 배우 섭외와 촬영지 물색, 세트 제작에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전통 영화 제작 경력을 가진 EyeTell의 각본가 겸 AI 프로듀서입니다. 그는 공유 사무실 한쪽에서 기본적인 컴퓨터 실력과 EyeTell의 생성 도구만으로 에피소드 전체를 일주일 만에 혼자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는 2005년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항목 기존 방식 EyeTell 사례
출연 배우 섭외 배우 없음
공간 촬영지 물색, 세트 제작 촬영지·세트 없음
인력 스튜디오 제작진 각본가 1명
필요한 것 대형 스튜디오 예산 기본 컴퓨터 실력, 일주일

사진 한 장과 음성이 low-poly 3D 캐릭터로 바뀌는 과정

▲ 사진과 음성으로 만든 3D 캐릭터

사진 한 장과 목소리로 만드는 말하는 캐릭터

EyeTell의 작업 화면은 prompt(AI에게 주는 지시문)를 넣는 입력 창과 장면을 이어 붙이는 타임라인 편집기를 한 화면에 담았습니다. 손으로 그린 2D 로봇 스케치를 자세를 바꿀 수 있는 3D 캐릭터로 바꾸는 기능도 있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인물 변환입니다. 한 사람의 정지 사진 한 장과 목소리 녹음 일부를 넣자, 소프트웨어가 그 사람을 각진 low-poly(적은 수의 다각형으로 만든 3D 표현) 스타일의 3D 캐릭터로 바꿨습니다. 이 캐릭터는 복제한 본인 목소리로 말하며, 미래 도시가 내다보이는 고층 라운지에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다면 질문과 대사까지 AI가 모두 쓰면 사람이 필요 없을까요. EyeTell의 최고 스토리텔러는 AI가 대사와 이야기 전개를 자동으로 쓸 수는 있지만, 사람이 방향을 잡고 다듬지 않은 결과물은 대개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으로 느껴진다고 인정합니다. 도구가 제작 장벽을 낮춰도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문지기를 없앤다는 주장과 과거의 반발

EyeTell의 최고 스토리텔러는 Pixar와 Warner Bros.에서 리드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아카데미상 수상작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체계에서는 기획을 승인하거나 거절하는 회사 안의 문지기가 작품의 운명을 정한다고 지적합니다. 생성형 AI는 개인 창작자에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하나에 맞먹는 능력을 자기 컴퓨터 위에서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창작자 사이의 반발에 대해서는 과거의 기술 전환을 예로 듭니다.

  • ’쥬라기 공원’의 컴퓨터 그래픽 공룡이 나왔을 때 실물 특수효과를 만들던 사람들이 크게 놀라고 경계했습니다.
  • ’토이 스토리’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도 처음에는 업계에서 못생기고 기계적이며 영혼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뛰어난 이야기꾼들이 그 감동을 증명했습니다.

지금의 반발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다만 이는 AI 도구를 만드는 쪽의 해석이고, 아래의 우려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작권과 보상, Content ID식 해법

영화 업계 종사자들은 생성형 AI가 일자리를 없애고, 동의나 정당한 보상 없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지식재산을 가져다 쓸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합니다.

Hurley는 오히려 AI가 출처 표시와 라이선스를 더 쉽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YouTube에서 함께 개척한 Content ID(올라온 영상에서 저작물을 찾아내는 시스템)처럼, AI 생성물에 들어온 지식재산을 식별하는 디지털 체계를 두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저작권자가 팬이 만든 2차 창작물을 일괄 삭제하거나 막기보다 라이선스를 주고 수익을 얻는 쪽을 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구상이 실제로 창작자의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볼 부분으로 보입니다.

보는 사람이 줄거리를 바꾸는 EyeTell TV

EyeTell은 최근 ’EyeTell TV’라는 실험도 시작했습니다. Hurley가 YouTube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처음 선보인 서비스로, 생성형 AI가 만드는 이야기가 채팅 입력에 따라 바뀝니다.

빵집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Crumb and Ledger’가 대표 예입니다. 보는 사람이 채팅창에 ’소원’을 적으면 AI가 거의 실시간으로 장면에 반영합니다.

  • 집배원이 피자를 배달한다
  • 판다가 음식을 먹는다
  • 오리가 가게로 날아들어 빵을 물고 날아간다

Hurley는 EyeTell TV가 수동적인 시청을 능동적인 참여로 바꾸고, 관객이 함께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합니다. 누구나 입력할 수 있는 만큼 문제 있는 요청을 막는 장치도 겹겹이 뒀습니다. 기반 AI 모델 자체의 제한과 EyeTell이 따로 만든 검수 필터가 함께 작동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혐오를 담은 제안이 화면에 나오지 않게 합니다.

채팅 요청에 따라 장면이 바뀌는 빵집 애니메이션

▲ 관객 요청이 바꾸는 AI 애니메이션

이 밖에도 역사적 사건을 애니메이션으로 되살리거나, 오래된 가족사진을 움직이는 장면으로 만들거나, 독립 영화를 제작하는 데 쓸 수 있다는 활용 방안이 거론됩니다.

정리: AI 영상 제작, 대체보다 공존의 도구

’Ashcombe House’를 만든 각본가는 AI 영화가 전통 영화를 대신하지 않고 나란히 존재하는 매체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뻔한 공식을 반복하는 스튜디오 기획 밖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낼 통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26년 Artsy 조사에서 작업에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한 예술가는 14%뿐이었고, 나머지 86%는 신중하거나 회의적이거나 열의가 없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앞서가는 만큼 창작자의 신뢰를 얻는 일이 EyeTell 같은 회사의 다음 과제로 보입니다.

AI 영상 도구를 써 보려는 창작자나 이런 서비스를 기획하는 팀이라면 다음을 참고할 만합니다.

  1. 대본 자동 생성에 모두 맡기지 말고, prompt를 감독의 연출 지시처럼 써서 결과를 직접 다듬습니다.
  2. 시대극이나 복잡한 SF처럼 촬영지, 세트, 제작진에 큰돈이 드는 기획은 AI로 먼저 만들어 보며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3. 인물 캐릭터는 선명한 인물 사진과 깨끗한 음성 녹음을 함께 준비하면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업계가 걱정하는 무단 사용을 피하려면 그 얼굴과 목소리를 써도 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4.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서비스라면 기반 모델의 제한에만 기대지 말고, 생성 전에 입력을 걸러 내는 자체 필터를 겹쳐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