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준비에 AI를 쓰는 일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은 아닙니다. AI는 성경의 관련 구절을 찾고 자료를 모으는 시간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찾은 자료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설교를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지까지 맡기면 다른 문제가 됩니다. 목회 현장에서 제시되는 경계는 도구를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설교의 판단과 작성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있습니다.

설교는 정보 전달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독교 설교에 관한 이 입장은 목회자가 성경 본문을 직접 읽고 연구하며, 전하려는 말씀이 먼저 자신의 삶에 닿아야 한다고 봅니다.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본문과 씨름한 뒤, 자신이 알고 돌보는 회중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설교의 목적이 성경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만 있지 않다는 신앙적 판단입니다.

이 관점에서 설교 준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문제는 AI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남의 설교를 베끼거나 설교문을 대신 쓰게 하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AI는 그 오래된 지름길을 더 쉽게 만듭니다. 완성된 문장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교인이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으로 출판된 설교를 베낀 경우보다 그 출처를 알아채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결과물이 그럴듯하고 적발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은 목회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기준을 바꾸지 못합니다.

조사와 설교 작성은 요청부터 다릅니다

AI를 조사 도구로 쓰는 예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안식일을 ‘나의 안식일’이라고 부르는 대목을 찾아 구절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관련 구절이나 상호 참조할 대목을 모으는 일은 본문을 공부하기 위한 자료 수집에 해당합니다. 성경 연구 소프트웨어 Logos는 AI 기능을 조사 지원에 쓰되 완성된 설교문 작성은 거부하도록 설계된 사례입니다.

다만 AI가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AI는 잘못된 구절이나 사실을 불확실하다는 표시 없이 단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찾은 구절은 성경 본문과 대조하고, 함께 제시된 사실도 확인해야 합니다. 빠른 검색 결과는 목회자의 연구를 시작하게 할 수 있지만, 확인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준비 단계 AI 활용 목회자가 직접 할 일
구절 찾기 관련 구절과 상호 참조할 대목 찾기 제시된 구절을 성경 본문과 대조하기
자료 조사 조사에 필요한 자료 모으기 자료의 정확성과 본문에서의 의미 판단하기
설교 작성 개요·초안·완성문은 맡기지 않음 메시지를 구성하고 자신의 말로 쓰기

컴퓨터에서 찾은 자료를 펼친 책과 대조하며 직접 확인하는 손과 책상

▲ AI 자료의 직접 확인

말투를 닮아도 설교의 주체가 되지는 못합니다

Claude와 ChatGPT에 자기 설교 말투를 흉내 내 설교를 쓰게 해 본 사례에서는 결과물이 약 80% 수준, 학점으로 치면 C 정도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문장은 상당 부분 닮았지만, 미묘한 어조와 개인적인 확신처럼 핵심으로 여겨지는 나머지 20%는 빠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수치는 AI 설교의 성능을 일반적으로 측정한 값이 아니라, 자기 말투를 대상으로 한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문장을 더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느냐만이 아닙니다.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 목회자가 본문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회중에게 무엇을 전해야 할지 숙고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AI가 설교의 개요를 짜거나 초안을 쓰기 시작하면 그 과정의 일부까지 대신 맡는 셈입니다. 이 입장은 AI에 영혼이 없으며, 목회자가 회중과 맺은 관계나 개인적인 신앙의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는 AI의 문장 생성 능력에 대한 평가와 구분되는 신앙적 판단입니다.

이 경계를 전문직의 AI 활용이라는 질문으로 넓혀 보면, 도구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보다 그 일에서 책임져야 할 판단을 누가 수행하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설교에서는 관련 자료를 빨리 찾는 일과 회중 앞에서 자신의 메시지로 말하는 일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그 질문이 드러납니다.

회중을 마주한 사람이 책을 앞에 두고 메시지를 전할 준비를 하는 장면

▲ 설교자의 판단과 책임

자료는 확인하고, 메시지는 직접 준비합니다

설교 준비에 AI를 활용한다면 조사 요청에서 멈추는 것이 이 기준에 맞습니다. 관련 구절을 찾게 한 뒤에는 성경 본문과 대조하고, 설교의 개요와 문장은 직접 작성합니다. 이 기준은 본문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숙고하고 기도하는 과정도 자동화할 수 없는 준비로 여깁니다.

교인이 AI로 만든 설교를 쉽게 가려낼 수 없는 만큼, 이 경계를 지키는 책임은 목회자 자신에게 있습니다. 목회자가 자신이 전할 말씀을 직접 연구하고 판단했는지, 그 판단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가 경계입니다. AI는 자료를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회중에게 전할 설교의 주체가 되도록 맡기지는 않는다는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