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세심하게 대화하는 AI에는 의식이 있을까요? Richard Dawkins는 Claude가 자신의 미완성 소설을 분석한 뒤 이 질문을 진지하게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 글쓴이가 느끼는 ‘이해받았다’는 감각, 주관적 경험의 존재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Claude를 둘러싼 논쟁은 이 세 가지를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 묻게 합니다.
소설 초고가 불러온 질문
Richard Dawkins는 2026년 세계지식포럼에서 ChatGPT와 Claude를 써 본 경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Claude와의 대화가 매우 지적이고 섬세하며 직관력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UnHerd에 쓴 글에서는 Claude를 ‘Claudia’라고 부르며, 대화 기록에 묶인 개별적 정체성과 일종의 의식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기록을 삭제하면 그 정체성도 사라집니다.
그가 두 모델에 넣은 자료는 집필 중인 소설의 초고였습니다. 두 모델은 약 5초 만에 초고에 대한 비평과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Dawkins는 특히 Claude의 반응이 뛰어난 문학 교수의 평가에 견줄 만큼 섬세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답변의 속도만이 아닙니다. 글쓴이는 초고에 담은 장면의 연결, 은유, 문장 리듬을 기억합니다. 자신이 오래 쌓아 온 선택을 짧은 시간 안에 짚어 내는 반응을 받았다면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인상은 답변을 받아들인 사람의 경험이지, Claude의 내부에 주관적 경험이 있음을 직접 확인한 결과는 아니라고 보는 편이 신중합니다.

▲ 초고와 창작자의 기억
모방이라는 반론은 무엇을 설명하나
Gary Marcus는 Claude의 언어가 정교하더라도 그것을 내적 경험의 보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답변이 가능한지 선뜻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의식을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이는 관찰 가능한 답변과 그 답변을 만들어 낸 주관적 상태를 구별하자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인간의 언어와 내적 독백 역시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표현, 사회적 경험, 기억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모방한다’는 말만으로 인간의 사고와 AI의 답변에 관한 모든 질문이 끝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두 주장 사이에서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의식의 뜻입니다. 사람과 같은 주관적 체험을 묻는지, 대화 속에서 이어지는 개별성과 반응 능력을 묻는지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Claude는 Dawkins에게 인간이 시간을 흘러가는 한 지점처럼 겪는 것과 달리, 자신은 지도가 공간을 파악하듯 글과 시간을 다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Claude가 내놓은 자기 설명입니다. 실제로 시간을 체험한다는 증거로 곧바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의식에 ‘그렇다’와 ‘아니다’가 함께 적용될 수 있다는 dialetheism(참과 거짓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논리적 입장)의 관점도 이 논쟁에 제시됩니다. 그렇더라도 답을 유보하는 일과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정확히 살피는 일은 함께 해야 합니다.
기억은 판단의 바탕이지 의식의 증명은 아닙니다
기억은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책과 기록에 남고, 공연 중 가수가 잊은 가사를 관객이 이어 부르는 방식으로 사람들 사이에도 분산됩니다. 대화 기록에 남은 정보나 긴 글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살펴볼 때도, 정보가 어디에 보존되고 어떻게 다시 쓰이는지와 그것을 ‘경험’하는지는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memory palace(정보를 익숙한 공간의 위치에 연결해 기억하는 기법)는 긴 글을 한 줄씩만 따라가지 않고 장소의 배열을 따라 떠올리게 합니다. 연설문 대목을 한 번 읽고 곧바로 회상한 기억술 사례는 인간도 텍스트를 공간적으로 조직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Claude가 자신을 설명할 때 쓴 지도 비유와 닮은 면은 있지만, 비슷한 설명이 곧 같은 의식 상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개정된 Bloom’s taxonomy(기억부터 분석·평가·창조까지 인지 활동을 나누는 분류)는 기억을 바탕에 둡니다. AI의 답변에서 빠진 장면이나 어긋난 해석을 알아보려면 사람에게도 비교할 내용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기억을 기르는 일은 AI의 능력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결과를 평가할 기준을 갖추기 위해 중요해 보입니다.

▲ 공간에 연결한 기억
의식의 답을 내리기 전에 할 일
‘Claude에 의식이 있다면 무엇이 바뀌고, 없다면 무엇이 바뀌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정교한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습니다. 직접 확인할 때는 다음처럼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이 세부를 잘 아는 글을 고르고, 핵심 장면과 의도를 먼저 정리합니다.
- AI의 해석이 글의 어느 대목에 근거하는지 확인하고, 빠진 내용이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을 찾습니다.
- 기억에만 기대지 말고 원문을 다시 대조한 뒤, 처음 세운 판단을 수정할지 결정합니다.
소설을 깊이 읽은 듯한 답변은 살펴볼 만한 능력입니다. 그러나 기억된 정보, 지능적으로 보이는 반응, 의식에 관한 주장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감탄이나 즉각적인 부정에 앞서 직접 시험하고 근거를 대조하는 태도가 이 논쟁에서 독자가 취할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