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가 Copilot을 움직이는 모델과 칩을 함께 바꾸고 있습니다. 1년쯤 전 품질 불만이 쏟아지던 Copilot에 OpenAI 모델뿐 아니라 경쟁사 Anthropic의 Claude 모델을 들였고, 이번에는 Copilot 작업에 맞춘 자체 AI 칩 Maia를 공개했습니다. 같은 무렵 OpenAI는 축소했던 영상 생성 모델 Sora의 기술을 할리우드용 스타트업에 빌려주는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Apple은 AI를 앞세운 가정용 허브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떤 모델을 쓰고, 어떤 칩에서 돌리고, 어떤 사업을 남길지를 두고 빅테크가 AI 전략을 다시 짜는 모습입니다.
Claude를 들여 Copilot을 다시 세우다
1년쯤 전 Copilot은 답이 부정확하고 오류가 잦으며 응답도 느리다는 기업 고객의 불만에 시달렸습니다. Excel의 기본 수식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PowerPoint에서 믿고 쓸 만한 발표 자료를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때 현재 Copilot을 이끄는 Microsoft 총괄 부사장 Charles Lamanna가 경쟁사 Anthropic의 모델을 Copilot에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OpenAI와 막대한 규모의 독점적 협력 관계를 맺어 온 Microsoft 안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제안이었습니다. Lamanna는 Satya Nadella CEO 앞에서 두 회사의 모델을 나란히 시험해 보였고, 복잡한 사무 작업에서 Claude 모델이 OpenAI 모델보다 눈에 띄게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Nadella는 조직을 크게 바꿔 Copilot을 떠받치는 백엔드 엔지니어링 조직을 모두 Lamanna에게 맡겼습니다. Lamanna는 이제 Office의 앱 조직과 함께, 작업마다 어떤 모델을 고르고 어떻게 엮을지 정하는 AI 시스템까지 이끕니다. 이달 초에는 Office 제품 조직 전체도 맡게 됐습니다.
조직 운영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Lamanna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던 Copilot 엔지니어링 조직을 하나로 묶었고, 직원 순위를 매겨 경쟁시키던 10여 년 전 문화에서 벗어나겠다며 ’무례한 사람은 두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습니다.
’AI 업계의 Costco’를 노린다
Lamanna가 내건 목표는 Copilot을 기업 시장의 ’AI 업계 Costco’로 만드는 것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부터 대기업 임원까지 과도한 token(AI가 글을 처리하는 단위이자 요금을 매기는 기준) 비용 없이 같은 돈으로 가장 많은 쓸모를 얻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배경에는 거센 경쟁이 있습니다. OpenAI와 Anthropic은 Microsoft를 거치지 말고 자사 플랫폼에서 바로 서비스를 만들라며 기업 고객을 상대로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벌입니다. Microsoft는 두 회사와 협력하면서도 소프트웨어 판매에서는 맞서야 합니다. Windows, Azure, Microsoft 365로 기업 소프트웨어의 표준 자리를 지켜 온 Microsoft에 생성형 AI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거센 경쟁을 불러왔고, 기업 고객이 AI 투자 효과를 따지는 만큼 예전 같은 가격 결정력을 지키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Lamanna는 엔지니어들에게 외부 AI 도구를 꾸준히 살피게 합니다. Copilot의 자동 작업 기능 AutoPilot도 화제가 된 오픈소스 프로젝트 OpenClaw를 분석해 설계한 것입니다.
자체 칩 Maia로 NVIDIA 의존을 덜어 낸다
Microsoft는 자체 AI 가속 칩 Maia를 공개했습니다. 8월에 개발과 사내 배치 소식이 알려졌던 Maia 300 계열입니다. Microsoft는 Maia가 Copilot 작업을 처리할 때 NVIDIA의 GPU(AI 연산에 널리 쓰이는 그래픽 처리 장치)보다 효율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내년부터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수 기가와트 규모의 Maia를 배치할 계획으로, 칩 수백만 개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노리는 효과는 세 가지입니다.
- NVIDIA 하드웨어에 쏠린 막대한 지출과 의존을 줄입니다.
- Copilot을 돌리는 비용이 내려가 이익률이 좋아집니다.
- 사내 서비스를 Maia로 옮기면 수요가 많은 NVIDIA GPU를 Azure의 기업 고객에게 빌려줄 수 있습니다.
Maia는 일반 Azure 고객용이라기보다 자사 소프트웨어용 칩으로 소개됐고, 실제로 Maia를 빌려 쓰는 외부 고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름에는 Anthropic에 Maia 사용을 권하는 논의도 있었지만 공개된 합의는 없습니다.
관건은 생산 물량입니다. Microsoft는 위탁 생산 업체 TSMC와 내년부터 Maia 칩 수십만 개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쟁사들도 TSMC의 생산 능력을 놓고 다투는 만큼,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Maia 계획의 성패가 갈릴 수 있습니다.

▲ NVIDIA 의존을 줄일 자체 칩
줄였던 Sora, 할리우드용 기술로 빌려준다
OpenAI는 올해 초 영상 생성 모델 Sora와 소비자용 영상 앱을 축소하고, 그 컴퓨팅 자원과 자금을 ChatGPT와 기업용 서비스에 모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OpenAI가 이번에는 Sora의 핵심 기술을 외부 스타트업에 라이선스하는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상 상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 Jeffrey Katzenberg와 OpenAI에서 Sora 개발을 이끌었던 연구자, Dropbox의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인물이 함께 세운, 아직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는 Sora 기술을 손봐 할리우드 영화사에 직접 공급할 계획입니다. 소비자용 영상 도구나 소셜 앱으로 구상되던 예전의 Sora와 달리 영화 제작용 기업 간 거래에만 집중합니다.
OpenAI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영상 AI에 쏟은 연구와 컴퓨팅 투자를 살리면서, 개발 비용을 떠안는 대신 새 회사의 지분으로 성과를 나눌 수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Katzenberg의 영화계 인맥과 Sora 개발 책임자의 기술력을 함께 갖춘 점을 다른 회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넘어야 할 벽도 높습니다. 영화사와 할리우드 창작자들은 배우, 작가, 제작진의 일자리를 걱정해 여전히 AI 도구를 경계합니다. AI 영상 기업 Runway도 처음에는 영화계를 공략했지만 수익을 내기 어려워 더 넓은 기업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새 스타트업은 AI 제작 방식으로 영화사가 받아들일 만한 장편 영상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도구를 빌려줄지 직접 영화를 만들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사업을 넓히는 OpenAI
Sora 협상은 OpenAI가 다시 여러 분야로 손을 뻗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OpenAI는 로봇 연구를 다시 추진하고, Patreon 공동 창업자를 영입해 창작자용 제품 조직을 맡겼으며, 개인용 하드웨어 기기 개발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확장이 오래가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Anthropic 같은 경쟁사가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빨리 돈을 벌지 못하는 실험적 사업은 다시 정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클라우드 대신 집에 AI 서버를 들이는 개발자들
실리콘밸리에서는 빈방, 다락, 차고, 지하실, 와인 저장고까지 AI 컴퓨터로 채우는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늘고 있습니다. Apple의 Mac mini와 Mac Studio, AMD와 NVIDIA의 GPU를 사 모아 직접 AI 시스템을 꾸립니다. 장비가 전기를 많이 써서 집의 전기 설비를 고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돌리는 모델은 거의 모두 open-weight 모델(학습된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Alibaba의 Qwen 같은 중국 모델과 새로 나온 서구권 모델이 주로 쓰이고,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은 이렇게 돌릴 수 없습니다.
집에 서버를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비용: 클라우드 API의 token 요금이나 월 구독료는 쓸수록 불어나지만 장비는 한 번 사면 됩니다. 고성능 GPU와 Mac, 전기 요금까지 따져도 작업량이 많으면 집에서 돌리는 쪽이 훨씬 쌉니다.
- 데이터 보호: 상용 제품의 시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자신이 입력한 데이터가 AI 기업의 모델 학습에 쓰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마니아들이 집에 미디어 서버를 두던 모습과 닮았지만, 개인의 생활과 업무, 지식재산이 얽힌 만큼 더 오래가는 흐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장비 관리에 깊은 IT 지식이 필요해 일반 소비자는 계속 클라우드에 기댈 가능성이 큽니다.

▲ 차고에 꾸린 개인 AI 서버
Apple, 10월 14일 가정용 AI 허브 공개
Apple은 10월 14일 스마트홈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엽니다. 여러 해 동안 준비한 가정용 허브와 스마트홈 기기를 함께 내놓아 Google과 Amazon의 생태계를 따라잡으려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경쟁 음성 비서보다 뒤처져 있던 Siri와 AI를 새 허브의 중심에 둘 계획입니다.
Apple은 최근 18개월 동안 예년보다 자주 행사와 발표를 열고 있습니다. 여름 WWDC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을에 iPhone을 내놓던 일정만으로는 AI 스타트업들이 2주마다 새 제품을 내놓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 자주 화제를 만들어 존재감을 지키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Biohub의 $18억, AI로 모든 질병에 도전
Mark Zuckerberg와 Priscilla Chan이 세운 의학 연구 조직 Chan Zuckerberg Biohub는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하는 $18억 규모의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AI 모델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거나 관리하겠다는 목표입니다. Meta와 Google DeepMind, 그리고 Google DeepMind에서 분사한 AI 신약 개발 기업 Isomorphic Labs가 참여합니다. 이번 발표는 Biohub가 지난 4월 $5억으로 시작한, 인간 세포의 작동을 AI로 예측하는 프로젝트에 외부 기술 기업과 정부 연구 협력을 더해 규모를 키운 것입니다.
핵심 과제는 데이터입니다. 대학과 정부 기관이 수십 년 동안 따로 모아 온 생물학 데이터를 정리하고 표준화해 AI가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입니다. 데이터가 정리되면 사람 연구자가 찾지 못한 질병의 패턴과 치료 표적을 최신 AI가 찾아내리라는 기대입니다.
연구의 주도권도 옮겨 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의 의학 혁신은 연구 중심 대학과 대학 병원이 이끌어 왔습니다. 이번 협력은 정부가 대학을 넘어 빅테크와 직접 손잡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대학은 대규모 실험실을 갖추고 있어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기초 연구를 이끌던 독점적 지위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AI 기업도 실험실을 차립니다. Anthropic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자체 wet lab(실제 생물 시료로 실험하는 실험실)을 세웠습니다. 제약사들도 기술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세우거나 자체 AI 모델을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Biohub는 여러 글로벌 제약사로 협력을 넓힐 계획입니다.
다만 AI가 혼자서 새로운 약을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기술 기업으로서는 AI의 위험과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여론을 의료 투자로 달래려는 계산도 있어 보입니다. 결국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약을 내놓아야 이런 투자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켜볼 점과 지금 할 일
이번 움직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체 | 움직임 | 지켜볼 점 |
|---|---|---|
| Microsoft | Copilot에 Claude 모델 도입, 자체 칩 Maia 공개 | TSMC 생산 물량 확보 |
| OpenAI | Sora 기술 라이선스 협상 | 계약 성사와 사업 방식 |
| 실리콘밸리 개발자 | 집에서 open-weight 모델 운영 | 전기 설비와 관리 부담 |
| Apple | 10월 14일 가정용 허브 행사 | Siri와 AI의 역할 |
| Chan Zuckerberg Biohub | $18억 규모 AI 의학 연구 협력 | 실제 신약 성과 |
공통점은 AI를 한 회사, 한 모델, 한 칩에 묶어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Microsoft는 경쟁사 모델도 들이고 칩도 직접 만들며, OpenAI는 핵심이 아닌 기술을 빌려주려 하고, 개발자들은 클라우드 대신 자기 장비를 고릅니다. 독자가 지금 해 볼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에서 AI 도구를 고른다면 한 모델 제공사에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스프레드시트 수식이나 발표 자료처럼 실제 업무로 여러 모델을 나란히 비교해 봅니다. Copilot이 Claude를 들인 계기도 이런 비교였습니다.
- API 요금이 부담스럽거나 입력한 데이터가 학습에 쓰일까 걱정될 만큼 AI를 많이 쓴다면 Qwen 같은 open-weight 모델을 직접 돌리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장비를 들이기 전에 전기 설비 용량과 운영에 필요한 IT 지식부터 확인합니다.
- Maia의 생산 물량, Sora 라이선스 계약, AI가 찾은 신약 후보의 실험 검증 결과를 지켜보면 빅테크의 AI 전략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