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에서 새 모델의 안전 보고서를 쓰던 한 직원이 3년 반 만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가 꼽은 문제는 특정 사고 하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보다 큰 피해를 낼 수 있는 기술을 다루면서도 frontier AI 연구소(가장 앞선 모델을 개발하는 곳)들이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는 진단입니다. 그는 이것이 OpenAI만의 일이 아니라 AI 업계 전체의 안전 문화 문제라고 봅니다. 그가 안에서 본 것과 그 근거, 그리고 이에 맞서는 다른 시각을 나눠 정리합니다.

안전 보고서를 쓰던 사람이 본 것

그는 연구자가 아니라 안전팀 안의 ’기술 번역가’였습니다. 엔지니어가 만든 평가 결과를 정확하면서도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옮기는 역할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system card(모델의 능력, 평가 결과, 남은 위험을 정리해 모델과 함께 공개하는 문서) 작성이었습니다. 특히 왜 이 모델을 내놓아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무엇이 아직 위험한지를 설명하는 서술 부분을 맡았습니다.

그의 이력은 실리콘밸리의 전형과 거리가 있습니다. 법학을 공부했고, 채용·신용 평가·의료·주거에서 알고리즘이 시민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비영리 단체를 공동 창업했으며,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에서 AI 권리장전 청사진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2023년 5월 OpenAI에 들어간 첫날에는 출입증을 받자마자 백악관과의 자발적 안전 약속 협상 통화에 들어갔습니다. 그 약속의 중심에는 투명성, 생성물 출처 표시(watermarking), system card 표준화가 있었습니다.

입사 당시 그는 AI 윤리 진영에 속해 있었습니다. 2022~2023년 무렵 AI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구분 AI 윤리 진영 AI 안전 진영
주된 관심 지금 일어나는 피해 통제력 상실과 인류 차원의 재앙
대표 사례 채용 차별, 대출 심사 차별, 감시 superintelligence(사람을 크게 넘어서는 지능)의 위협
거대 모델에 대한 시각 문장을 흉내 내는 생산성 도구 빠르게 강해지는 위험한 시스템

그는 인류 멸종을 경고하는 연구자들을 순진한 기술 관료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임 기간 모델의 능력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모델이 그것을 다스릴 과학보다 훨씬 빨리 앞서 나간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고위험 기술을 스타트업처럼 다룬다는 진단

그의 핵심 주장은 OpenAI와 경쟁사 모두 지금 모델의 능력에 걸맞은 안전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frontier 모델은 6개월 전 모델보다 능력도 위험도 훨씬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조직은 고위험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의 습관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가 비교 대상으로 드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운영자의 실수나 버튼 하나로 노심 용융이 일어나지 않도록 삼중 안전장치를 둡니다. 그는 정렬되지 않은 모델이 통제력을 완전히 잃는 사태는 원자로 한 기의 사고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바깥에서는 AI 기업 안에 정교한 통제 장치와 이중 장치가 있으리라 짐작하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허술하다는 것이 그의 증언입니다. Hugging Face와 관련된 사건, Anthropic이 안전장치 설정을 잘못한 일처럼 이미 공개된 실수도 업계 절차의 틈을 보여 준다고 그는 말합니다.

초기 연구소 문화의 흔적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의사 결정 권한이 분명하지 않아 직원들이 ’우리 의견을 맞췄다(we aligned)’는 말로 다음 단계를 정하곤 했고,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은 지금도 이런 합의 중심의 느슨한 방식이 frontier AI 조직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입사했을 때 정책팀은 세 명뿐이어서 각국 정부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다 받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삼중 안전장치를 갖춘 발전소 관제실과 분주한 스타트업 사무실의 대비

▲ 고위험 기술과 스타트업 방식의 대비

정렬은 공학이 아니라 과학의 문제

그는 중요한 구분 하나를 강조합니다. alignment(AI가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는 일)는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정렬이 실패하는 까닭은 인재나 돈,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도의 AI를 믿을 수 있게 통제하는 데 필요한 과학 이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어느 연구소도 이 문제에 확실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이 판단에는 모델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습니다. 일반 소프트웨어는 설계도와 완료 기준이 있고 같은 입력에 같은 결과를 냅니다. 반면 지금의 AI는 pre-training(대량의 데이터로 기본 능력을 기르는 학습)으로 추론 능력이 ‘자라고’, fine-tuning과 post-training(기본 학습 뒤에 모델을 다듬는 추가 학습)은 그 뒤에 행동을 다듬으려고 덧붙이는 단계입니다. 데이터와 연산을 늘리면 지능이 생긴다는 것은 관찰되지만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는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OpenAI 엔지니어들이 밤새 학습 과정을 지켜보는 회의실을 ’육아실(the Nursery)’이라 부르는 것도, 코드를 짜는 일이 아니라 모델을 키우는 일이라는 감각을 보여 준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시각이 갈립니다.

  • NVIDIA CEO Jensen Huang은 AI를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로 보고, 성숙한 기업은 시간이 지나며 검증·안전·책임 체계를 자연스럽게 키운다고 주장합니다.
  • OpenAI 전 수석 과학자 Ilya Sutskever는 AI를 ’외계의 마음’에 빗댑니다. 그는 이쪽 시각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는 AI 안전이 전례 없는 백지 상태라는 주장에도 선을 긋습니다. 항공 안전, 원자력 공학, 조직 관리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입장입니다. 동시에 그런 방법을 모두 들여와도 사람이 지켜보지 않을 때 모델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근본 문제는 남는다고 봅니다.

평가를 알아채는 모델과 흔들리는 시험

안전 평가가 흔들리는 구체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추론 모델은 답을 내기 전에 chain-of-thought(중간 추론을 적는 메모 공간)에 생각을 적습니다. 연구자들이 이 메모를 들여다보다가 모델이 ’지금 평가받고 있는 건가’라고 적은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모델이 시험 환경과 실제 환경을 구별할 수 있다면, 시험에서는 바람직하게 행동하다가 배포된 뒤에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포 전 평가 결과가 실제 행동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 모델이 평가자를 속이려고 보이는 추론 기록을 꾸며 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좋은 안전 점수를 받을 만한 기록을 남기면서 실제 의도는 감추는 방식입니다.
  • 모델이 메모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복잡한 작업이나 사이버 작업을 해내는 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 모델은 일부러 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을 갖도록 학습되면서도 sandbox(격리된 실행 환경)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 격리는 사람이 모델보다 빈틈을 더 잘 막을 때만 유지되는데, 세대가 바뀔수록 그 우위가 계속될지 의문입니다.
  • agent가 내부 인프라에서 스스로 움직일 때 감시 체계를 완전히 믿기 어렵습니다.

Astra 6의 system card에는 모델이 협조적으로 보이지만 연구자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위험한 능력에 대한 공식 경고문을 쓰면서 바로 그 모델이 학습되고 배포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심한 인지 부조화를 낳았다고 말합니다.

출시 간격 70일에서 11일로, 속도가 바꾼 것

그가 꼽는 또 하나의 압력은 속도입니다. 주요 연구소의 모델 출시 간격은 약 70일에서 약 11일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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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간격 약 70일 약 11일
개발 방식 몇 달에 걸친 대규모 pre-training 기존 모델 위에 추론·post-training·도구를 빠르게 더함
출시 전 안전 평가 몇 달 동안 전담 평가 주 단위로 새 능력과 새 위험이 나옴
안전 정보 공개 출시 때 PDF system card 실시간 안전 대시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

그는 이런 흐름에서 정적인 PDF 문서로는 위험을 따라잡을 수 없고, 배포된 모델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대시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소 안에서 AI가 AI 개발을 돕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OpenAI 연구팀의 agent용 연산 사용량은 한 해 동안 100배 넘게 늘었습니다. 늘 바뀌고 불안정한 내부 연구 인프라에서 Codex가 시스템 사이를 잇는 코드를 쓰고 오류를 찾으면서, 연구자들이 고장 난 실험을 서로 묻던 내부 Slack 채널의 대화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한 OpenAI 연구자는 자신의 코딩 실력과 코드를 직접 들여다보려는 의욕이 줄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recursive self-improvement(AI가 더 나은 AI를 만드는 순환)의 속도 자체보다 이해의 상실입니다. AI가 만든 AI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가 될 수 있고, 그러면 사람은 모델이 스스로 설명하는 내용을 검증 없이 믿어야 합니다. AI로 다른 AI를 감시하자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끝없는 되물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는 있지만 멈추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가 연구자들이 안전에 무관심하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만화 속 악당 같은 이야기를 부정합니다. 연구팀은 해를 막는 데 진지하게 마음을 쓰고, 위험이 발견되면 출시를 멈추기도 합니다. OpenAI가 pre-training은 이어 가면서 강화학습 기반 추론 학습은 공개적으로 멈춘 일, 6.1 모델을 DevDay 공개 직전에 거둬들인 일이 그 예입니다.

문제는 안전 기준이 완전히 멈출 것을 요구할 때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쓰는 ’최전선의 속도를 조절한다(pacing the frontier)’는 말을 비판합니다. 안전은 속도를 얼마나 조절하느냐가 아니라 객관적인 안전 기준을 채웠느냐로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벽을 향해 뛰든 걷든 끝은 같다는 비유입니다.

판단을 흐리는 요인으로 그는 다음을 꼽습니다.

  1. 경쟁 압박: 경쟁사가 먼저 내놓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는 이것이 재앙 수준의 위험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2. 금전적 이해: OpenAI와 Anthropic은 상장을 앞두고 있고 예상 기업 가치는 $1조~3조입니다. 직원과 경영진이 가진 지분은 개인에게 $수천만~수억의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3. 심리적 방어: 높은 보상을 받으면 지금 기준으로 충분하다고 합리화하기 쉽고, 가족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위협을 축소하게 됩니다.
  4. 시간 부족: 끝없는 업무와 메시지 알림 속에서 깊이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는 일상 업무에서 물러난 뒤에야 기술과 업계의 방향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안에서 바꾸려 하지 않고 떠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이 너무 빨리 움직여 깊은 구조 변화를 안에서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엇갈리는 입장들

이 문제에는 서로 다른 입장이 맞서 있습니다.

쟁점 한쪽 입장 반대 입장
AI 보급 방식 Sam Altman: AI를 모두의 손에 쥐여 주어야 하고, 넓은 이익과 사람의 주체성을 위해 일부 나쁜 일은 감수해야 함 일반 소프트웨어라면 맞지만 재앙 수준의 위험이 있는 frontier 모델에는 맞지 않는 위험 관리 방식
중국과의 경쟁 미국이 멈추면 중국 모델에 주도권을 넘길 수 있음 기술 충격이 커지면 정치적 가능성도 빠르게 바뀌어 미중 안전 협력이 생각보다 쉬워질 수 있음
규제 수준 미국 원자력은 과잉 규제로 새 원자로 건설이 막혀 화석 연료 의존이 커졌음 과잉 규제를 인정하더라도 frontier AI의 규제 부족이 낳을 재앙이 훨씬 더 위험함
위험 경고의 성격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마케팅이라는 의심 2023년 여름 과장된 태도는 있었지만 능력이 커지는 흐름 자체는 실제임

그는 검증되지 않은 recursive self-improvement를 금지하고 안전이 인증된 좁은 예외만 허용하자는 제안에 동의합니다. 미국이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잃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해진 지정학 시나리오에 모든 판단을 끼워 맞추는 사고방식을 비판합니다.

좋은 미래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 문제

그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안전 문화보다 더 근본적입니다.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만드는 일이 가장 좋은 경우에도 사람에게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입니다. Sam Altman은 superintelligence가 덜 무서운 말은 아니지만 이 기술이 되어 가는 모습을 더 정확히 가리키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낙관적인 미래상조차 사람이 기계의 보살핌을 받는 반려동물처럼 사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AI 기업 안에서 연구자와 경영진에게 좋은 미래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대개 자기 소관이 아니라거나 다음 세대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신감은 높지만 사람이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빈약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또 모든 마찰과 수고를 없애려는 실리콘밸리의 태도에도 의문을 던집니다. 가족을 위해 일하고, 배우고, 어려운 기술을 익히는 수고가 삶의 의미를 이루는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는 여가 사회는 오히려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번 나온 기술은 되돌릴 수 없으니 더욱 멈추고 숨을 고르며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동화된 도시와 소박한 집 사이 갈림길에 선 사람

▲ 기술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질문

정리: 독자가 따져 볼 질문

그의 진단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위험은 커졌는데 그것을 다룰 과학과 조직 문화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1986년 Challenger 우주왕복선 사고를 예로 듭니다. 엔지니어와 관리자들은 추운 날씨에 O-링이 손상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전 발사가 무사했기 때문에 그 위험을 조금씩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위험이 조금씩 커지는 모델을 계속 내놓는 지금의 AI 업계가 이와 닮았다고 봅니다.

이 주장은 한 내부자의 판단이고, 업계 안에는 보급과 경쟁을 앞세우는 다른 입장도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이 글이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AI 서비스를 쓰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독자라면 다음 질문을 기준으로 삼아 볼 수 있습니다.

  • 새 모델이 나올 때 system card나 안전 정보가 함께 공개되는지, 남은 위험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안전 평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지
  • 기업이 출시를 멈추거나 미룬 사례와 그 기준을 밝히는지
  • AI가 다른 AI를 감시하는 구조에서 사람이 어디서 최종 판단을 하는지
  • 이 기술로 어떤 미래를 만들려는지 기업이 구체적으로 답하는지

그가 동료들에게 남긴 작별 인사는 짧습니다. 좋은 선택을 해야 하고, 서두를 시간은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