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를 요약과 초안 작성에 쓰는 단계를 넘어,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금융 상품의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데 활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MicroStrategy의 회장 Michael Saylor는 2025년 초, 약 $300억어치 Bitcoin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자본이 필요했고 전통적인 주식 발행과 전환사채 시장을 사실상 소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ChatGPT에 새 증권 구조 설계를 맡겼고, 그 결과로 나온 전환우선주 STRK는 $25억 규모 상장을 거쳐 총 $150억 조달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의 핵심은 AI가 문서를 대신 써 준 것이 아니라, 선례가 없는 자본 조달 구조를 반복적인 대화로 다듬어 냈다는 점입니다.
ChatGPT에 맡긴 것은 문장이 아니라 자본 구조
출발점은 막힌 자금줄입니다. 회사는 세계 최대 전환사채 발행사가 될 만큼 그 시장을 활용했고, 기존 방식으로 자본을 더 늘리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발상이 부채와 지분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입니다.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액면가 $100를 기준으로 머니마켓 상품처럼 가격이 안정적으로 거래되는 전환우선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은행과 증권 전문 변호사들은 만류했습니다. 그런 조건의 상품이 금융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Saylor는 ChatGPT와의 반복적인 prompt(AI에 주는 지시문) 작업으로 배당률을 매달 조정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여기에 12개월 풋옵션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STRK입니다.
조달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단계 | 내용 | 규모 |
|---|---|---|
| 1 | STRK 기업공개(IPO) | $25억 |
| 2 | shelf registration(증권을 나눠 발행할 수 있도록 미리 등록해 두는 제도)을 통한 추가 판매 | $80억 |
| 3 | 1차 수단 누적 판매 | $105억 |
| 4 | 함께 판매된 2차 신용 수단 | $40억 |
| 총 조달액(단계별 합과 일부 차이) | 약 $150억 |
Saylor는 지난 1년간 AI의 도움으로 회사에 $150억 규모의 가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정리합니다. 그가 AI에 던진 것은 “좋은 금융 상품 아이디어를 달라”는 일반적인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AI를 쓸 때는 state-space(문제의 조건이 놓이는 범위)의 경계와 환경 조건, 입력 제약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라고스에서 빵을 굽는 사람과 로스앤젤레스의 소방관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일하듯, 답의 질은 제약 조건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 제약 조건을 좁히는 작업
AI 활용의 조건: 좁은 제약과 도구 숙련
Saylor가 제시하는 기본 소양은 분명합니다. 여러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읽기, 쓰기, 컴퓨터 활용 능력과 같은 수준의 기반 역량이 된다는 것입니다. 활용 방식도 구체적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업무 과제에 맞춘 20쪽 분량의 자료를 AI로 만들고, 이를 MP3 음성 파일로 바꿔 43분 출퇴근 시간에 듣는 식의 개인화된 활용도 가능합니다.
그가 강조하는 태도는 기존 업무를 조금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쪽입니다. 월 $10짜리 소프트웨어가 회계 서비스를 통째로 제공해 백만 명의 회계사를 대체하는 상황을 예로 듭니다. 여기에 각자의 도메인 전문성이 결합될 때 기존 제품을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사업 범주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Elon Musk가 말한 “가장 좋은 부품은 없는 부품”이라는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인용됩니다. 최적화할 대상을 찾기 전에 삭제할 대상을 먼저 찾으라는 것입니다.
시장의 여지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유료 AI 구독을 유지하는 가구가 약 2%에 그친다는 조사 데이터가 제시됩니다. 대다수 가구가 아직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활용 격차가 크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S-curve 위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판단하기
Saylor가 진로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기술 곡선상의 위치입니다. 기술은 초기 급등 뒤 정체로 이어지는 S-curve를 그리는데, 성숙해 멈춘 분야에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항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1903년 첫 동력 비행에서 1969년 달 착륙까지 66년 동안 성능은 시속 20마일대에서 초음속과 유인 궤도 비행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상업 항공은 벽에 부딪혔고, Boeing 737과 747 같은 기체는 이후 50년 동안 효율이 15% 개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반도체와 컴퓨터 과학은 50년 넘게 3년마다 성능이 두 배가 되는 곡선을 유지했습니다.
iPhone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도 비슷한 궤적을 밟았습니다. 초기 세대에서 효용 점수가 5에서 70으로 빠르게 뛰었지만, 이후에는 70에서 90, 다시 91~92 수준으로 오르는 미세한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다음 전환점으로 제시되는 것은 초경량 스마트 글래스입니다. 키보드 입력 없이 시각과 청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입니다. Mark Zuckerberg가 비공개 자리에서 시연한 Meta의 미공개 AR 글래스는 손목에 차는 천 소재 밴드와 짝을 이룹니다. 이 밴드는 미세한 신경근육 신호를 감지해, 허공에 떠 있는 화면을 넘기고 앱을 열고 메시지를 보내는 조작을 물리적 접촉 없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 기술 S-curve의 정체 구간
제도와 시장이 만드는 속도 차이
Saylor는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가 자동화로 밀려난 노동을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농사를 지었지만 회계, 법률, 영화 제작 같은 직업으로 옮겨 갔고, 팟캐스트나 소셜 미디어 창작처럼 20~3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일도 시장이 새로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거래 제한 법규는 기존 사업 모델을 지키기 위해 등장합니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줄이면 소송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변호사들의 반대, 숙박 공유 서비스에 대한 지자체 단속이 그런 예로 제시됩니다. AI로 새 구조를 설계하려는 사람이라면 기술뿐 아니라 어떤 이해관계와 규제가 걸려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Saylor는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것의 95%가 지금은 배울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법조, 회계, 외과, 운전처럼 AI가 이미 수행할 수 있는 분야를 공부하라는 조언에는 부정적입니다. 대신 문명이 아직 풀지 못한 미해결 질문을 AI에 던지는 능력을 궁극의 기술로 꼽습니다.
정리: AI에 맡길 수 있는 일과 먼저 확인할 조건
이 사례가 보여 주는 경계는 분명합니다. AI는 요약과 초안을 넘어, 선례가 없어 사람이 답을 주지 못했던 구조를 설계하는 데까지 쓰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성과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나옵니다. 제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prompt, 해당 분야를 깊이 아는 도메인 전문성, 규제와 이해관계를 함께 읽는 시야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만류하는 조언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그 조언이 왜 나오는지 이해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필요합니다.
독자가 지금 해 볼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아직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한 문제 하나를 골라 조건과 제약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 AI에 던져 봅니다. 둘째, 그 분야가 기술 곡선의 초입에 있는지 정체 구간에 있는지 점검해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합니다. 셋째, 특정 도구 하나에 익숙해지는 대신 여러 AI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기본 소양으로 챙깁니다.
마지막으로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150억라는 수치는 특정 기업이 특정 시장 조건에서 거둔 결과이며, 같은 방식이 다른 조직에서 같은 성과를 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진로에 관한 조언 역시 한 경영자의 판단입니다. 이 글은 특정 자산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